[아.만.한] 27회 2부 케냐버스도서관은 달리지 않는다 _ 이보배 인사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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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9

국가명 : 케냐(Kenya)

도시 : 나이로비(Nairobi)

세부지명 :

분야 : 경험나눔

주제 : 국제개발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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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되는 이보배 인사이터의 인터뷰!

놓치지 마세요!





케냐 카리오방기 사우스 지역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했었던 순간은 언제인지 알려주세요 :)


아마도 두 가지 순간을 꼽을 수 있겠지요.


1. 버스가 오던 날



 거중기로 들어올려 구조체 위에 안착시키는 버스 몸체
ⓒ 이보배, Watoto Wangu Foundation



버스도서관을 위해 버스를 찾아 미친 듯이 헤맸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두 건축가 친구들이 오기로 한 날까지도 결국 버스는 사지 못했지요. 마땅한 버스를 파인브리즈 청년 그룹 멤버들이 겨우 찾아냈는데, 저에게 신신당부를 했었습니다. "보배 넌 외국인이라 버스 주인이 너 보면 가격 오르니까 절대 거기 가지 마"라고. 하지만 후원해주신 분들에 대한 책임감에 버스를 꼭 봐야 할 것 같아 만델라와 상의했더니 괜찮다고 가자고 했지요. 결국 둘이 당당히 찾아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버스 주인이 가격을 마구 높여 버렸습니다. 파인브리즈 멤버들은 불같이 화를 내며, “우리 말을 왜 안 듣냐, 거기 외국인이랑 연예인이 (Mzungu na celebrity) 가면 어떻하냐, 우릴 못 믿은 거냐”하며 실망했지요. 저희도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파란만장, 사기극 끝에 버스가 도착하던 날이 기억에 남아요.


벌써 어둑어둑해진 그 밤에 저 멀리서 버스를 싣고 오는 트레일러차와 거중기차가 보이자 환호하고 소리지르던 파인브리즈 멤버들, 나팔을 빵빵 불며 신나 하던 아이들. 주책 맞게 저도, 건축가 친구들도 눈물이 찔끔 났답니다.




▲ 버스를 기다리며 구조체 뒤에서 파인브리즈 멤버들, 사무소 둘, 동네아이들과 나
ⓒ 이보배, Watoto Wangu Foundation



2. 케냐버스도서관 오픈식


감동적이었던 두 번째 순간은 바로 케냐버스도서관이 완공되고,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과 함께 오픈식을 한 날이었답니다. 특히 카리오방기 사우스의 좁은 케냐 친구집에서 동고동락(이라는 단어로도 모자랄 정도로)하며 고생해준 한국 건축가 두 친구가 떠나는 전 날이라 환송회도 겸했지요. 이 날 이야말로 2주간 하루도 쉬지 않고 함께 공사하며 고생한 파인브리즈 멤버들과 벽화 아티스트들, 사라비 밴드, 그리고 사무소 둘 대표들, 저까지 최고의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날입니다. 아, 전 오줄 없이 소감을 말할 때 눈물을 터뜨리긴 했지만요.


케냐버스도서관은 누구나 꿈꾸던 그런 진정성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모두가 마음과 정성을 모아 참여했지요. 누구도 수익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7개월의 모금기간동안 2,000여명의 전 세계 사람들이 참여해주었습니다. 거리마켓에서 5초 드로잉을 통해 후원해 주신 분들, 텀블벅과 인디고고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금해주신 분들, 홍대클럽에서 가졌던 인디밴드 공연에 와 주시고, 흔쾌히 무상으로 대관해주신 공연장 분들, 공연해주신 밴드분들, 악기, 미술용품, 책들을 후원해주신 분들. 너무나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지요. 아쉽게도 5초드로잉을 통한 후원자분들의 이름은 적지 못했지만, 다른 후원자 분들의 이름은 버스 외벽에 소중히 새겨져 오늘도 케냐 아이들이 소리 내어 불러보고 있습니다.




▲ 케냐버스도서관 오픈식 날 오줄없이 눈물이 터진 나
ⓒ 이보배, Watoto Wangu Foundation



함께 감동했던 오픈식 날이 끝나고 나서 적었던 일기를 공유해봅니다.


February 1, 2015

아침에 눈을 떴더니 집안 풍경이 바뀌어 있다. 블루문과 맥주를 마시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Bobae, you're a blessing. You might not know that, but we're your mirror. You need to believe what others say about you.


혜인이와 수현을 공항에 바래다주고 오면서부터 조금씩 실감이 난 것 같다. 나의 꼬임에 넘어 와 작은집에서 셋이 야채만 먹으며 2주 간 개고생을 한 친구들. 우리에게 선뜻 집을 내주고 본인은 어린 아이와 이삿짐과 집 밖에서 하루 종일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던 아담. 돈 나오는 일도 아닌데 2주 간 닥달당해가며 공사에 쏘울을 불싸질렀던 파인브리즈 멤버들. 지난 8개월간 수없이 들었던 자괴감과 의구심들. 응원해 준 수많은 사람들. 다 벅차 올라서 소리 내 엉엉 울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오줌 싸보겠다고 휴지 가지러 다시 간 아담 집에선 아담과 완자가 눈물 뚝뚝 흘리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완자는 목 베개를 가지고 쫓아와 자기들 때문에 서둘러 나간 거 아니냐고 미안해 했고, 난 그런게 아니라 기뻐서 눈물이 나는 거라 했다.


또 한 번 선뜻 집을 내준 만델라와 이안은 나 편하게 자라고 밤새 어디 나가 있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이안이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 보이는 첫 풍경이 바뀌니 마치 모든 게 꿈같다. 수현씨가 안 씻냐고 잔소리 했던 것과 혜인이가 춥다고 종알거려 이불 덮어주면 이불에서 냄새나니까 펄럭거리지 말라고 불평하는 걸 들으며 계란찜했던 게 먼 옛날 얘기 같다.


백 년 만에 잠자리에서 뒹굴거려 본다.


재작년 크리스마스에 윙윙도서관 전시발표회를 치르며, 아 오늘이 절정이구나, 오늘만한 감동을 느낄 날이 내 평생 다시 있을까 했는데. 크레인에 실려 오는 버스를 보며 다같이 환호했던 그 늦은 밤과, 오프닝 때 또 오질없이 질질 눈물이 나 말도 못 잇던 내게 “Bobae! Bobae!” 연호해 주던 멤버들. 늦은 밤 길고 긴 이메일로 함께 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치프.


이런 날들이 또 왔다. 어설프지만 함께 만들었다. 이렇게 축복받은 인생이 있을까. 고맙고 감사한 아침이다.




 케냐버스도서관 내부
ⓒ 이보배, Watoto Wangu Foundation




▲ 케냐버스도서관에서 미술 수업 중인 아이들
ⓒ 이보배, Watoto Wangu Foundation




▲ 케냐버스도서관에서 미술수업 중인 아이들 
ⓒ 이보배
, Watoto Wangu Foundation




▲ 케냐버스도서관에서 가장 인기 많은 운전석
ⓒ 이보배, Watoto Wangu Foundation




▲ 후원해주신 분들 이름이 적힌 벽면
ⓒ 이보배, Watoto Wangu Foundation



마지막으로 이보배님과 같이 아프리카 지역과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고 싶어 하시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음, 케냐버스도서관 프로젝트는 케냐 청년그룹들의 요청으로, 케냐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아무도 수익을 가져가지 않았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주었지요. 특히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건축사무소 사무소 둘과 음악하는 퓨쳐리, 그리고 저는 케냐 파인브리즈 청년그룹을 우리의 클라이언트(건축주)로 생각하고 존중하고 함께 협력해 나갔습니다. 아프리카를 한 덩어리로, 케냐 사람들이나 아이들을 ‘그들’로 뭉뚱그려 생각하는 것을 잘잘히 쪼개보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시아인으로 뭉뚱그려지거나 '칭총', '차이나'라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듯이 누구나 한 개인으로서 자아를 가지고 있고, 존중 받고 싶기 때문이지요.


'아프리카를 변화시킨다, 케냐 사람들의 삶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삶도, 내 자식의 삶도 못 바꾸는데 한낱 외국인이 바다 건너 누군가의 삶을 바꾼다는 건 엄청나게 건방진 소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다른 사람과 문화를 만나 내 자신이 변화하고 달라진다면, 그 긍정적인 에너지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요.


케냐버스도서관 공사 당시, 파인브리즈 청년 그룹에는 여자 멤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케냐는 아직도 보수적인 부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여자들은 요리를 하거나 차를 가져다 주는 역할로만 한정되기 쉽지요. 하지만 당당하게 자기의 역할을 다하며 청년 그룹 남자멤버들을 이끌던 저와 두 한국 건축가 친구들을 몇 주간 지켜 보면서 여자 멤버들도 생각이 바뀌었나 봅니다. 한국팀에 여자들만 모였던 것이 아니라, 그냥 모이다 보니 여자들이었던 건데, 케냐 여성 멤버들에게는 뭔가 다르게 느껴졌나 봐요.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우리도 돕고 싶다,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냥 뒤에서만 지켜보고 있었는데 니들을 보니까 우리도 뭔가 하고 싶다라구요.




▲ 함께 참여하는 여자 멤버들
ⓒ 이보배
, Watoto Wangu Foundation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리의 잣대나 상식으로 다른 곳, 다른 문화를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케냐버스도서관 프로젝트를 이야기할 때마다 많은 분들이 당연히 버스가 움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그러면 좋겠다 싶어 만델라와 파인브리즈 멤버들에게 물어봤지요. 그랬더니 이 친구들은 당연히 엔진이 있어도 떼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엔진이 있는 멀쩡한 버스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버스로 승객장사를 하게 되거나 아예 통으로 버스를 훔쳐 갈수도 있다구요. 그래서 케냐 버스도서관은 달리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버스가 달리게 될 때의 연료비, 치안, 시골 길의 접근성 등 우리가 생각 못했던 많은 부분들이 있지요. 이렇게 현지의 목소리와 의견을 듣고, 우리의 머리 속에서 상상한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인종, 성별, 국적, 피부색, 종교, 성적 취향을 모두 떠나서 우리가 각자의 역할을 진심을 담아 해내는 것만이 우리 몫이겠지요. 그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자신을 되돌아 보는 건 우리 주위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 케냐 사람들로 묶어서 생각하는게 아니라 개개인으로 잘잘히 쪼개보되, 너와 나를 가르지 않고 우리라고 생각하며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그런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하루 하루 살아가시는 여러분들의 삶을 응원합니다.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꼭 뵙고 도서관 그 후의 파인브리즈 청년그룹의 활약을 나누고 싶네요.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던 벽화 아티스트 치프의 편지를 마지막으로 아래에 나누며, 모두의 마음을 담아 감사하다는 말 전합니다. 아산테 사나, 지꼬모 꽘비리, 무라코제 차네!



Hi Bobae,


I might not find the right words to express what I feel about the now running Watoto Wangu Foundation project but I will give it a try.


Honestly speaking I've never taken part in any other community based project and so this makes it my first and we all know if there's something hard to forget in life, it's the first experience in everything and so this makes a memory I will forever cherish, thanks to you and Pine Breeze members. It has been quite a while since I teamed up with the group to do something together.


So, do allow me to say I kind of feel proud of myself even though I still remember how pale and cofused I made you look when I mentioned I was to travel during your project on job basis. Some how you managed to convince me to stay of which a part of me was also inclined to the thought of seeing the project through and for which I now frankly have not even a single thought of regret in my meditations. That is, after having experienced first hand the impact the project had on the children yesterday during the launch.


Its even more humbling to know that even though I personally feel there was much left to be done on my part, majority were and still are satisfied with the end product.


I now know that your foundation is of goodwill and I hope it will stand tall and strong through the test of time. Having you as a team leader who has such a remarkable drive towards achieving her goals but also one whom am still finding it hard to believe doesn't have children because if you were acting then caring was a quality well delivered. Lee, whom I can't deny the fact that she is really talented plus her countless "thanks Chief" made me a millionaire. Then Sue, crowning it all with her devotion that qualifies her as your friend in deed.


I now then hope that theres nothing that can come in between the three of you for you make a team that makes me tempted to envy.


If only I knew greater words to use than 'THANK YOU', I would use for everything and much more for the experience. Thanks alot Bobae and your team, you are more than women.


I wish you all the best in everything and in all your future endeavours.


Regards,


Chief.



▲ 유명한 벽화 아티스트 Chief가 케냐버스도서관 외벽 디자인을 이끌었습니다.
ⓒ 이보배
, Watoto Wangu Foundation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들어가보세요.


텀블벅 펀딩 스토리 https://www.tumblbug.com/pinebreeze


와토토왕구파운데이션: https://www.facebook.com/watotowangufoundation/


파인브리즈 청년그룹 페이스북 그룹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9144029185...


사무소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amusodool


사라비 밴드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arabiafrica






*본 인터뷰는 <아프리카를 만난 한국인 이야기> 기획 시리즈로

아프리카의 다양한 국가를 경험한 한국인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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