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한] 19회 아프리카 탐험가를 꿈꾸다_권은정 인사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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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9

국가명 : 기타 지역 및 국가

도시 : 기타 지역 및 국가

세부지명 : 남아공, 레소토, 스와질란드, 나미비아, 보츠와나, 모잠비크,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 탄자니아, 케냐, 르완다, 부룬디, 우간다, 남수단, 수단, 에티오피아, 소말리랜드, 지부티, 이집트, 튀니지, 모로코, 모리타니, 세네갈, 말리, 부르키나파소, 가나, 마다가스카르

분야 : 경험나눔

주제 : 여행

세부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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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곳곳을 다니면 어떤 모습이 있을까? 정말 다를까?"


안녕하세요! 모든 아이너 여러분 :D


오늘은 현재 필름 아프리카의 대표로 왕성한 영상활동을 진행중이신

권은정 인사이터의 인터뷰로 여러분을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도 대륙으로서, 우리에게 알려진 모습은 정말 일부분일텐데요,

권은정님은 무려 28개국을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과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모습!

어떤 모습일지 아래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볼까요?




안녕하세요, 권은정 님! 간단히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권은정입니다. 아프리카를 좋아해 배낭여행을 다니다가, 아프리카를 담고 싶어 영상을 배웠고, 한국과 케냐에 필름 아프리카라는 영상 제작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20대를 온통 아프리카를 누비며 스스로와 세상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것을 시도하며 보냈습니다. 현재는 아프리카 외에도 여러 대륙을 다니며, 여러 영상을 제작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케냐에서 함께 활동한 친구들과
ⓒ 권은정 인사이터



권은정 님은 어떤 곳을 가셨고, 어떻게 그곳들을 돌아다니게 되셨나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아프리카 약 28개 국가에서 여행 및 체류, 취재, 취업, 창업 등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탐험가가 꿈이었고, 세계를 누비며 자유롭게 살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을 통해 아프리카에 빠져들었고, 대학 입학 후 돈을 모아 2008년도에 처음 아프리카로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첫 여행에서 뭔지 모르겠지만, 이거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아프리카에서 느꼈던, 정의하지 못할 불분명함, 막연함, 무한함 이런 것들이 좋았고, 아프리카를 계속 여행하고 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곳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아프리카가 제 인생의 주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계속된 두 번째 아프리카 여행에서는 또 다른 아프리카의 모습들을 접하며, 그것들을 전할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영상 제작을 배웠고, 그 뒤로는 캠코더를 들고 아프리카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한 번에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년씩 주로 육로로 이동했었어요. 지금까지 가장 오래 머문 국가는 케냐와 남아공으로, 약 6개월 정도 머물렀습니다. 케냐에서는 창업했었고, 남아공에서는 돈이 떨어져 취업도 했었습니다. 다른 국가들에서는 평균적으로 약 1개월 동안 취재, 영상 제작을 했었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곳에선 ‘여기서 살아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시도도 하며 여행하듯 지내왔습니다.


저는 주로 현지 친구를 사귀어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조금은 더 빠르게 아프리카의 다양한 면들을 접하고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담 없이 다가가고 오며 만남과 소통의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건, 여행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현지에 가기 이전에는 전공이 무엇이었고, 현지에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되셨나요?


처음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는 생명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어요. 콩고, 우간다, 르완다 지역에 사는 마운틴 고릴라나, 피그미 침팬지에 관심이 많았고, 인류의 기원과 이동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나 학과공부를 하면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아프리카를 여행한 이후로는 제가 봤던 아프리카를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다큐멘터리와 영상 제작을 배우게 되었고, 아프리카 전문 영상 제작사를 설립해서 아프리카에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실 영상을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손 놓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영상을 너무 사랑하고, 어떤 영상을 만들어 전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업이라기보다는 자유롭게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며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제 꿈은 어릴 적부터 탐험가였고, 지금은 그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죠.


처음에는 아프리카의 진짜 모습을 전달하겠다는 명목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녔지만, 사실 지금은 그렇게 말하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제가 영상을 만드는 이유는 특별하고 거대한 사명감이 아니라, 많이 보고 접해서 깊이 있게 이해한 뒤 얻어낸 통찰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 영상을 통해 아프리카를 접한다면, 일반적인 시선과는 다르게 아프리카를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제가 경험한 아프리카에 대한 자신감도 믿음도 없었어요. 그래서 많은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정말 집중해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권은정님의 영상에 많은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아 저는 너무 기대됩니다. 방문하셨던 국가들은 어떤 곳이었나요?


제가 방문했던 국가는 남아공, 레소토, 스와질란드, 나미비아, 보츠와나, 모잠비크,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 탄자니아, 케냐, 르완다, 부룬디, 우간다, 남수단, 수단, 에티오피아, 소말리랜드, 지부티, 이집트, 튀니지, 모로코, 모리타니, 세네갈, 말리, 부르키나파소, 가나, 마다가스카르 였습니다.


▲ 첫 아프리카 여행 중, 나미비아
(머리를 감지 못할 줄 알고 짧게 잘랐던 모습입니다)
ⓒ 권은정 인사이터


처음 방문한 지역은 남아프리카 지역이었습니다. 남아공, 나미비아, 보츠와나, 잠비아 일대였는데, 벌써 8년 전이네요. 그 무엇보다 광활하고 잘 보존된 자연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행 중 호주에서 온 노부부를 만났었는데, 평생 여행했던 곳 중에서도 이 곳이 제일이라고 하셨어요. 저보고 어린 나이에 벌써 여길 오면 어떡하냐며, 다른 곳을 다 보고 봐야 하는 절경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눈에 다 담을 수 없어서 마음에 담으려고 해도 한참이 걸리는 그런 풍경들을 많이 만났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나미비아의 듄 45에요. 워낙 사막에 대한 로망이 커서, 처음 제 눈으로 사막을 보게 되는 그 순간을 정말 기다렸었거든요. 처음 보던 순간의 황홀함, 신비함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황홀함에 관해 이야기 하자니 몇 가지 이야기가 더 떠오르네요.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처음 아프리카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모든 승객이 깊이 잠든 분위기에서 저 혼자 깨어 살짝 창문 덮개를 열었는데, 빛이 너무 강하게 들어오는 거예요.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담요로 창문을 감싸서 가리고 그 안에 들어가 아래를 내다보았는데, 중동에서 홍해를 건너 아프리카 대륙으로 들어가는 바로 그 순간이었어요. 내 힘으로 돈을 모으고, 스스로 결정해서 꿈에 그리던 아프리카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 눈 앞에 펼쳐지자 너무도 벅차게 느껴졌었어요. 그때의 그 느낌 덕분에 지금까지 자신을 믿고 결정하며, 자주적인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로 여행했던, 서아프리카 지역은 남아프리카 지역과는 사뭇 달랐어요. 여행하기 비교적 수월했던 남아프리카와 달리 서아프리카는 여행 인프라라고 하는 것이 없어서, 완전히 현지인처럼 이동하고 머물러야 했습니다. 그간 나름 현지 친화적인 방식으로 여행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서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정말 현지 친화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지요.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이동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고,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아, 간단한 정보를 얻으려고 해도 한참의 시간이 걸리곤 했습니다. 덕분에 이 여행 이후로 제 여행 내공이 큰 폭으로 상승했어요.


▲ 도곤 컨트리 트래킹 중에, 말리
ⓒ 권은정 인사이터


서아프리카는 인구 밀도가 높고, 크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도시가 많고, 삶의 여유가 적고 다른 아프리카 지역보다도 더 빡빡하다는 느낌을 늘 받았었어요.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인 이유는, 많이 부딪혔고, 많은 사람을 만났고, 또 그만큼 의외의 모습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에요. 모리타니의 사하라 사막, 세네갈의 고리섬 가는 바닷길, 말리의 도곤 컨트리 등은 정말 당장 영화의 배경으로 나와도 손색없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들입니다.


▲ 모리타니 싱게티, 사하라 사막
ⓒ 권은정 인사이터


모든 국가를 다 말씀드릴 수는 없으니, 특별했던 국가 몇 곳만 더 써볼게요. 일단 케냐! 케냐는 제게 너무 특별한 곳입니다. 현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창업을 하며 정말 깊이 있고 다양한 경험들을 했거든요. 케냐는 동아프리카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국가이기도 하고, 크고 멋지지만, 악명 높은 도시 나이로비를 수도로 하고 있어요. 나이로비는 고지대에 위치해 일 년 내내 날씨가 너무 좋답니다.



▲ 케냐 현지 친구들과 녹음 중
ⓒ 권은정 인사이터


▲ 케냐 현지친구들과 촬영 중
ⓒ 권은정 인사이터


저는 우연히 박람회에 부스를 얻어 참여했다가, 영상 제작에 뜻이 있는 친구들을 만나 나이로비에서 함께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가 그렇듯이, 꿈이 있는 청년들은 많지만, 기회가 많이 제한되어 있어요. 많은 친구가 자기표현과 사회 참여의 수단으로 영상을 선택하곤 합니다. 저는 그 친구들에게 영상 제작을 가르쳐 주고, 그 친구들은 저를 케냐의 곳곳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기회들을 만났고, 날마다 위험하다는 나이로비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며 현지인들만 아는 정말 기상천외한 장소들도 많이 취재할 수 있었어요. 한번은 빅토리아 호수 내에 있는 한 섬에 버스, 트럭, 오토바이, 통통 배, 소달구지 등을 타며 가는 길만 거의 일주일이 걸려 취재를 갔던 적이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정말 큰 행복감을 느꼈었어요. 마침내 내가 꿈꾸던 아프리카에 살며, 나의 ‘일’을 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처음 들었던 순간이었거든요.


이집트도 인연이 많이 닿았던 국가에요. 첫 여행에서도 갔었고, 한국에서 창업했을 때 영화 프로젝트로도 방문했었어요. 두 번 모두 이집트의 곳곳을 다녔었고, 특히 두 번째 방문 때에는 전용 차량으로 사람들이 거의 가지 않는 지역에서 촬영도 많이 했었네요. 세 번째 방문 때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제가 존경하는 피디님과 카이로에서만 한 달을 머물렀는데, 당시가 이집트 혁명의 시기여서 민주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정말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 여파로 한 때 정말 위험한 국가라는 인식도 있었지만, 이집트는 관광 대국이기도 하고, 여행하기가 참 좋은 국가에요. 물가도 싸고, 교통도 편리한 편이고, 음식도 다른 중동 지역에 비해 맛있어요. 저는 쿠사리를 특히 좋아합니다. 마카로니, 쌀, 옥수수 등을 소스와 섞어 먹는데, 먹기 간단하면서도 푸짐하고, 저렴하고, 이집트 전역에 맛집도 많지요.



▲ 이집트 카이로
ⓒ 권은정 인사이터


이집트는 무엇보다도 볼거리와 방문할 곳들이 많아서, 역사, 유적, 문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겐 천국일 거에요. 황무지를 달리다가도 몇천년 된 유적이 덩그러니 놓여 있기도 합니다. 피라미드는 거대하고, 카이로 박물관은 정말 위대한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 곳이고요. 저는 람세스의 미라를 보고, 소설 람세스에서 살아 숨 쉬던 몇천년 전의 위대한 인물이 긴 세월 간 남아 내 앞에 있다는 사실에 정말 신비한 느낌이 들었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이렇게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분명히 아주 오래전에 지난 시간이 내 앞에 그대로 놓여있다는 것에 시공간에 대한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일 강을 따라 집중된 사람들의 삶을 보는 것은 흥미롭기도 안타깝기도 하고, 흑사막, 백사막, 시와 사막 등 정말 다양한 모습의 사막을 여행할 때면 다른 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도 납니다. 덧붙이자면, 저는 시와 사막에서 생애 최고의 더위를 경험했었어요. 혹시 이집트에 가신다면, 겨울철에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 그리고 후루가다, 다합 등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아름다운 홍해에서 머물며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딸 수도 있고, 바다로 나가 돌고래랑도 놀 수 있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이집트는 도시와 시골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차이가 커요. 도시의 여성들은 오색찬란한 히잡을 쓰고 멋을 뽐내지만, 시골의 여성들은 부르카를 쓰고 온몸을 검은 천으로 가린 채, 오직 남성과 함께일 경우에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집트에서도 아랍의 봄 시절에 혁명이 일어났었어요. 빈부 격차와 부의 쏠림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국민이 시위를 일으켰고, 그 와중에 한 젊은이의 희생이 페이스 북을 통해 공유되면서 시위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SNS 혁명이라고도 불립니다. 혁명으로 인해 정권이 두 번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정말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습니다. 지금도 이집트에 가면 많은 벽에 희생자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와, 정말 많은 곳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하셨는데요, 그러면 또 기억에 남는 색다른 여행지가 있으신가요?


▲ 르완다 키갈리
ⓒ 권은정 인사이터


르완다의 키갈리와 남수단의 주바도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시다시피 르완다는 1994년 인류 역사상 거의 최악의 대량학살이 일어났던 곳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르완다 사람들도 다시 언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이미 다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하니 자세히 적지는 않을게요. 놀라운 것은 20년이 지난 현재, 르완다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이고, 외국인이 들어와 살기에도 가장 수월하고 좋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과거를 잊지 않고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비닐봉지를 금지하고, 고릴라 투어와 같은 관광 자원도 엄격히 관리하며 환경에도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게다가 안전한 교통을 위해 낡은 버스를 운영하지 않고, 한 자리에 한 명씩만 앉는데, 아프리카에서는 정말 지켜지는 국가가 많지 않은 일이에요. 또한, 오토바이 탈 때는 헬멧을 꼭 써야 하는 것과 같은 도로 규칙이 잘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길거리에 밤이면 가로등이 켜지고, 경찰도 성실히 근무하는 등 치안도 다른 아프리카 국가보다 매우 훌륭한 편입니다.


작은 나라이고, 자원도 많지 않지만, 빠른 시간에 성장을 위해 바르게 나아가고 있는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국에서부터의 투자 유치나 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해 정부가 애쓰고 있어서, 이곳의 젊은이들이 가질 기회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았고요. 전 국토에 언덕이 많아 시야가 멀리까지 닿지 않아서인지, 수도인 키갈리도 사람들이 오손도손 모여있는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었어요.


남수단의 주바는 불과 3년 전에 생긴 젊은 국가입니다. 오랜 분쟁 끝에 수단으로부터 마침내 독립했지요. 그러나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내전이 발발하며, 생각보다 발전이 더딘 국가에요. 제가 처음 남수단의 주바를 방문했을 때는, 한 국가의 수도임에도 정말 모든 것이 파괴된 땅에 하나하나 건설하고 있는 황폐한 모습이었어요. 전기도 갖춰지지 않아 대부분 건물에서 발전기를 돌려야 했고, 물은 사설 업체들을 통해 물탱크에서 받아 써야 했습니다. 사진도 찍을 수 없어서, 사진을 찍다 적발되면 그 자리에서 사진을 다 지워야 할 만큼 폐쇄적인 모습이었어요. 같은 맥락으로, 외국에서 남수단을 재건하기 위한 기관이 많이 들어와 있었는데, 숙박이나 렌트비가 너무 비싸고 환경이 열악해 철수하는 모습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모습을 기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카메라를 들던 젊은 저널리스트들을 보며 희망을 느꼈습니다. 남수단은 자원이 많아서 안팎으로 많은 괴롭힘을 받은 국가에요. 이들이 자신의 것을 잘 지켜내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평화를 찾고 세상과 소통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무것도 없던 그곳에서, 저는 분명히 무언가 모를 희망을 보았었거든요.



그러면, 각 국가를 돌아다니시면서 우리나라와 유사하다고 느끼셨던 점도 있나요?


▲ 소말리랜드 하르게이사
ⓒ 권은정 인사이터


소말리랜드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여행 금지국이라 한국인에겐 입국이 불법이고, 저는 그것을 모르고 다녀오는 바람에, 다녀온 후에 경찰서를 좀 들락거려야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현재 소말리랜드는 ‘여행 금지국’이니 방문하시면 안 됩니다.


소말리랜드는 소말리아에 포함된 국가로 여겨지지만, 익히 소말리아라고 알고 있는 곳이 소말리랜드, 푼틀랜드, 소말리아 세 개로 나누어진 국가입니다. 국경도 따로, 정부도 따로, 화폐도 따로 존재하는데 세상에는 그냥 소말리아라고만 알려져 있습니다. 소말리랜드는 이 세 국가 중 가장 위쪽에 있어요. 국내법상 여행 금지국이어서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소말리랜드는 접근이 좀 불편하긴 해도, 꽤 평화롭고 친절한 국가였습니다. 물론 저는 열흘 정도밖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에, 소말리랜드의 진짜 모습을 많이 안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 소말리랜드 하르게이사
ⓒ 권은정 인사이터


제가 이 국가에서 느낀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은 조금 의외의 곳에 있습니다. 말씀드리기 이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더 말씀드리면, 소말리랜드는 항공 이외의 방법으로는 접근이 어렵습니다. 저는 지부티에서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반나절이 넘도록 밤새 다리 한번 못 펴보고 이동했습니다. 다른 자동차 중에서도 사륜구동인 자동차만 갈 수 있는 이유는, 길이 없기 때문이에요. 지부티에서 소말리랜드까지 도로가 없어요. 그야말로 태초의 자연입니다. 이렇게 자연 속을 달리다 보면 갑자기 작은 건물들이 하나둘 보이다가 마치 동화 속처럼 갑자기 도시가 나타납니다. 그곳이 소말리랜드의 수도인 하르게이사에요. 그래서 제가 이 국가와 도시에 대해 가장 처음 가진 이미지는 바로, 고립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 홀로 세워진 도시의 느낌이었거든요.


길로 다니며 만나고 이야기하는 사람마다, 제가 외국인이라는 것에 매우 신기하고 즐거워했어요. 공통으로 많이 들었던 질문은, “소말리랜드를 어떻게 알았냐”, “너희 나라 사람들도 알고 있냐”, “와보니까 어떤 것 같으냐”, 제가 “좋다, 평화롭다”고 하면 크게 만족하며, 국가에 대한 자랑과 자부심을 드러내곤 했어요. 의아스럽게도 고립된 외로움을 넘어서 알려지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보며 한국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많은 사람 속에서도 늘 외로운 사람들, 개성이 무시되는 사회에서 자기 자신으로 알려지고 인정받고 싶은 그 발버둥이 왠지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제가 이곳에 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영문도 모르고 있다가 많은 관심과 위로를 받았었어요. 이로써 세계 지도에 없는 국가, 지구 위 어느 한 편에 조용히 자리하여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국가의 사람들도, 우리의 아픔을 많이 걱정해 주었었다는 걸 전해드리고 싶네요.



정말 아무도 할 수 없었던 특이한 경험이네요. 그러면 각 국가에서 생활하시면서 배우게 된 것도 있나요?


살아온 문화권마다 삶의 태도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서양인은 더 개인적, 독립적, 자주적이라고 느꼈고, 아프리카에서는 ‘우리’를 정말 중요시해요. 물론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현지인들로부터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이 태도에서 때때로 정말 큰 감명을 받았었습니다.


저는 항상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는데, 현지인들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품어주고 저를 위해줄 때, 많은 반성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친구라는 이름으로 무리한 요구를 할 때마다 허탈하거나 좌절하기도 했지만요.


우리보다 발전이 더딘 국가들에 가르쳐주고, 전수해 주고, 함께해 줄 필요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문화’ 인 것과 ‘개선되어야 할 것’을 잘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도, 긴 여행을 통해 얻은 귀중한 교훈입니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는 지혜, 도움과 참견을 구분하는 마음이었죠.



최근 우리나라에 필요한 교훈이 아닌가 싶네요. 혹시 현지에서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언제였나요?


▲ 에티오피아에서 지부티 가는길
ⓒ 권은정 인사이터


아프리카를 여행할수록,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겁도 늘어서 조심성도 늘고, 여러 상황에 노련해지는 것도 있지만 늘 힘든 순간들은 찾아오는 것 같아요. 사하라 사막에서 폭풍우가 와서 밤새 침낭 아래서 벌벌 떨어야 했을 때, 불편하고 더러운 버스나 기차에서 몇십 시간을 다리 한번 못 펴고 이동해야 할 때, 살인적인 더위를 만날 때, 상식이 통하지 않고 뇌물과 권력, 게으름에만 익숙해져서 너무 뻔뻔한 공무원들을 만날 때,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사람들이나, 외국인이라서 사기 치고 괴롭히는 사람들을 만날 때, 힘없이 당해야만 하고 해결책이 없을 때, 여자라고 무시하거나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남자들을 접할 때 등등 많은 힘든 순간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가장 힘들었을 때는 실질적인 위협을 느꼈을 때인 것 같아요. 그로 인해서 제가 아프리카를 두려워하거나 미워하게 되는 것이 싫었거든요. 시내에서 돌아와 풀려 있는 자물쇠와 열려있는 가방 뒷주머니를 볼 때마다 느낀 작은 두려움과 좌절들, 늘 의심해야 하고 조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좌절감, 버스 강도를 당했을 때 아무리 애원해도 생필품까지 가지고 가버리는 그들을 보며 절망스럽고 야속했던 순간, 가지고 있던 모든 장비와 귀중품을 털리고 나중에 그 일이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소행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친절하게 다가오던 사람의 일행에게 납치 시도를 당했을 때, 여성이라 겪게 되는 불쾌한 순간들, 길을 잘못 들었는데 반대쪽에서 돌을 던지며 위협하다 막대와 유리 조각을 가지고 길을 건너오려던 강도들을 바라보던 때, 버스에서 영상을 찍다가 버스 안의 모든 사람이 찍지 말라며 소리치고 협박했을 때 그 눈빛들, 밤늦게 외진 곳에서 숙소를 찾다가 앞에서 사람이 걸어올 때의 두려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배신감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고, 당장 떠나고 싶었던 순간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렇지만 계속 아프리카로 향하는 이유는, 뻔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나쁜 일을 뛰어넘는 훨씬 좋은 사람들, 미소들, 친절들과 도움들, 이해와 교류와 평화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정말로.


ⓒ 권은정 인사이터


현지를 바라보는 한국 사람들의 관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떤 부분을 개선하고 어떤 부분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일 것 같아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신의 최종 목적이 아프리카에 학교나 고아원을 짓는 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많이 봐요. 물론 좋은 목적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들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따스하고 선한 마음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그분들의 최종 목적이 실행될 미래까지 아프리카에 학교가 모자라고, 고아원이 모자란 상태여서는 안되고, 우리도 그런 기대를 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아프리카를 도우려는 막연한 생각보다, 편견을 바꾸어 관심을 가지고 동등하게 소통하고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에 투자하고, 그들의 자립을 위해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우리가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바로 바라보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세계화 시대에 세계시민으로써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이기도 하구요. 물론,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것은 우리의 숙제이기도 하지만, 현지인들의 숙제이기도 하겠죠. 저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그 과정에 이바지하고 싶어요.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이 아직도 있잖아요. 아프리카를 도와주고 싶은 환상, 그들의 순수한 미소를 지켜주고 싶은 선한 마음 말이에요. 그러나 그 아래는 자신도 모르게 아프리카는 늘 가난하고, 가진 것이 없고, 개발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것을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일을 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착취하는 국가들과 기업들이 각성하여 아프리카를 아프리카답게 두면 좋겠습니다. 정당한 투자와 교류를 통해,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스스로 자립하고 발전하여 세계 무대로 나올 수 있게 해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권은정님과 같이 아프리카 지역과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고 싶어 하시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 드릴 수 있을 만큼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두루 다니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는 했지만, 깊이가 깊지는 않거든요. 한편으로는 제 편견이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말씀드린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네요. 그냥 편하게 거를 것은 거르시면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아프리카에 대해 그냥 다른 대륙과 같이, 편견 없이 접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여행이나 사업을 준비하신다면, 조심하실 부분들은 미리 찾아보시고 주의를 기울이시면 더 뜻깊은 여러분의 아프리카를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언어를 조금이라도 배워가신다면, 훨씬 따뜻한 아프리카를 만나게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본 인터뷰는 <아프리카를 만난 한국인 이야기> 기획 시리즈로
아프리카의 다양한 국가를 경험한 한국인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지원 부탁드립니다. 


<아프리카를 만난 한국인 이야기> 인터뷰 지원하기 : http://bit.ly/1K7MKU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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